[최미양의 북다이어리 17] ‘명견만리: 공존의 시대’를 읽고: 공평한 세상을 위한 똑똑한 협업을 소망하며

‘명견만리: 공존의 시대’(KBS 명견만리 제작팀, 인플루엔셜)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20/01/23 [11:36]

[최미양의 북다이어리 17] ‘명견만리: 공존의 시대’를 읽고: 공평한 세상을 위한 똑똑한 협업을 소망하며

‘명견만리: 공존의 시대’(KBS 명견만리 제작팀, 인플루엔셜)

남정현 기자 | 입력 : 2020/01/23 [11:36]

 

명견만리: 공존의 시대를 읽고: 공평한 세상을 위한 똑똑한 협업을 소망하며

 

 최미양 숭실대 교수

 

명견만리: 공존의 시대를 읽는 내내 생각은 널을 뛰었고 심장은 쿵쾅거렸다. 뉴스를 통해 어처구니없는 사건, 사고들을 접하면서 그런 일들이 덜 일어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혼자서 주먹구구를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이 일부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명견만리시리즈의 4번째 책이다. 이 책의 임팩트는 먼저 다른 나라들의 사례들에서 온다. 이렇게 살 수도 있고 이렇게 사는 곳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설렜다. 왜 그럴까? 내가 그런 나라에 가서 살 확률은 거의 없는데. 그것은 선례라는 가능성이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서 이렇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서 노력하는 미디어 종사자들이 있고 그들과 힘을 합치는 지식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주 고무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는 켄 로치 감독의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라는 말을 인용하고 있었다. ‘명견만리라는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거기에 출연하고, 같은 제목의 책을 펴내는데 관여한 모든 사람들의 신념일 것이다.

 

이 책은 다시 불평등, 병리, 금융, 지역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우리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한지, 정신적 병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뿌리 깊다는 것을, 현금이 없는 사회가 장밋빛 미래가 될 수 있을 것인지를 논의하고,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은 안전에도 없고 나와 내 가족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 잘 보여준다.

 

부의 양극화, 빈익빈 부익부, 돈 놓고 돈 먹기라는 말은 흔히 듣던 말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수치로 이를 보여주니 그 심각성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사회의 부의 불평등을 예로 들면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 중에 상속이나 증여로 부자가 된 비율이 우리나라의 경우 74.1%라고 한다. (이 책은 20192월에 출판되었다.) 일본의 경우 18.5%이고 미국의 경우는 28.9%라고 하니 얼마나 높은 비율인지 알 수 있다. 피케티 지수 또한 아주 높다. 이 지수는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의 비율을 나타내는데 미국 4.1, 독일 4.2에 비해 우리나라는 8.28이라고 한다. 즉 불로소득자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아주 높은 것이다.

 

또한 2017년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중국과 일본의 대학생들은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재능을 꼽았고, 미국 대학생들은 노력을, 한국의 대학생들은 대다수가 부모의 재력을 꼽았다고 한다. 결국 부의 불평등이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이다.

 

이러한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으로 여러 나라의 사례들이 나와 있다. 소득의 4분의 1을 세금으로 내고 소득에 따라 범칙금을 내는 핀란드(한 백만장자는 속도위반으로 2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냈다), 소득의 빈민선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기본 소득을 주는 실험을 한 캐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을 실행하고자 노력하는 일본, 매달 학생들에게 지원금을 주고 주택보조금을 지급하는 네덜란드(핀란드는 박사과정까지 무료로 학교를 다닌다고 한다), 성적 장학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주고 매달 최대 5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정의 장학금을 만든 고려대학교 등이다.

 

우리가 공평한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제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개개인의 선량한 의도만으로 큰 변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 필요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똑똑한 시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똑똑한 시민이라면 평등이 이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2018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아시아 미래포럼에 참석한 학자들이 모두가 입을 모아 우리가 평등을 추구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간단한 예로 개개인이 돈 1000원을 내고 생수를 사 마시는 것보다 500원의 세금을 내고 어디서나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있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 ‘아시아 미래포럼’에 참석한 학자들이 모두가 입을 모아 “우리가 평등을 추구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간단한 예로 개개인이 돈 1000원을 내고 생수를 사 마시는 것보다 500원의 세금을 내고 어디서나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있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칼럼 내용 중)   © 남정현 기자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다른 영장류와 달리 눈부신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협업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그동안 대한민국 사람들은 고도의 성장을 위해 협업을 했다면 이제는 그 성장을 함께 누리기 위한 복지제도를 만들기 위해 똑똑한 협업을 해야 할 것이다. 불평등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결국 이는 한 사회의 파국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부자들은 아쉬울 것 없으니 나머지 26%의 사람들이라도 우선 협업을 하면 어떨까. 사회적 합의가 한꺼번에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지기 힘드니까 말이다. 그리고 한편에서 불평등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하면 상속부자들의 공감능력을 깨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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