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미의 걷기예찬2] 겨울, 달마산(達摩山)과 달마고도(達摩古道)를 걷다! 2

길,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24/05/03 [17:56]

[임경미의 걷기예찬2] 겨울, 달마산(達摩山)과 달마고도(達摩古道)를 걷다! 2

길,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남정현 기자 | 입력 : 2024/05/03 [17:56]

달마고도(達摩古道)걷기: 낮은 곳에서 바라보는 달마산

 

▲ 탐험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탐험의 끝에 도달하면,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것이며, 그때서야 출발점을 바로 알게 될 것이다. -T. S. Eliot-     ©

 

달마산 산행은 높은 곳에서 사방을 조망하며 황홀한 경험을 했다면, 달마고도 걷기는 낮은 곳에서 간절함과 동경으로 올려다보며 한 바퀴 도는 길이다. 나는 전날 이미 높은 곳에서 산을 걸었기에 간절함과 부러운 마음보다는 감동과 감탄의 연발이다. 산의 위와 아래 겉과 속을 걸으며 달마산을 깊숙하게 살펴본 것이다. 니체는 인간이 지닌 가치와 가치 감각의 모든 영역을 꿰뚫어 보기 위해, 그리고 여러 관점과 판단을 가지고서 높은 곳에서 사방을 보고, 낮은 곳에서 모든 봉우리를 보자고 말한다. 높음과 낮음은 모두 인생의 높낮이를 이루는 한 몸이다(유영만, 2012). 높음이 있기에 낮음이 있고 낮음이 있기에 높음이 있다. 정상에서의 기쁨과 바닥에서의 고통, 그 모든 경험은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다.

 

달마고도 코스

 

나는 930분 들머리인 제1코스(미황사-큰바람재)를 출발하여 제2코스, 3코스를 거쳐, 530분에 날머리인 제4코스(몰고리재-미황사)에 도착(원점회귀) 8시간 소요되었다. 나무를 동정하느라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달마고도 걷기 코스는 4개 코스로 지도에서처럼 미황사 출발, 다시 미황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로 이루어진다.

 

▲ 달마고도 걷기 코스는 4개 코스로 지도에서처럼 미황사 출발, 다시 미황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로 이루어진다.     ©

 

 

 

구체적인 코스별 특징을 살펴보면, 1코스는 미황사 왼쪽으로 난 숲길에서 시작되어 큰 바람재까지 이어진다. 붉가나무, 참가시나무, 참나무, 노간주나무, 조릿대, 신의대, 너덜겅의 바위 지대, 삼나무 숲이 펼쳐지고, 다도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2코스는 큰바람재에서 노지랑골에 이르며, 구실밤잣나무, 사스레피나무, 전나무, 수사나무, 사방오리나무, 음나무 등이 군락을 이룬다. 달마산 동쪽 마을과 해안 조망이 가능하고, 남해와 서해의 경계인 해남 앞바다가 보인다. 3코스는 노지랑골에서 몰고리재까지 13개 모퉁이를 넘어가는 길이다. 조릿대군락지, 편백나무 군락지, 암석지 등이 이어지며 도솔암을 오를 수 있다. 4코스는 몰고리재에서 미황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길로 예덕나무, 소태나무, 후박나무, 쇠물푸레나무, 덜꿩나무, 사람주나무, 육박나무, 굴피나무, 서어나무, 광나무, 사스레피나무, 삼나무 및 편백나무 숲이 울창하여 길이 캄캄할 정도이다.

 

 

먼 길 더딘 발: 푸른 상록수들의 향연

 

 

달마고도 걷기는 전날 달마산 산행보다 몸적·시간적 여유가 있다. 길은 멀지만 느긋하게 걸으며 나무 동정(식물의 분류학상의 소속이나 명칭을 정확하게 하는 일)을 하리라 맘먹는다. 달마고도의 길에서 만난 나무들은 주로 상록활엽수 남부 수종이지만 중북부에서도 볼 수 있는 나무들도 있다. 그동안 중북부수종 위주의 나무를 보다가 생전 처음 보는 남부수종의 나무와 이름들, 신기하기도 하고 신이 나서 죽을 지경이다. 동정하고 싶은 나무는 많고, 갈 길은 멀다. 먼 길 더딘 발, 내가 둘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나는 걷고, 하나는 나무 동정하고). 비우자, 그래야 다음에 또 오지 않겠는가! 보기에 가장 신기한 나무들만 잠깐씩 동정하기로 맘을 고쳐먹고 걷는다.

 

▲ 육박(六駁)나무, 녹나무과 상록활엽 교목으로 나무껍질이 육각으로 벗겨진다는 특징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

 

 

*육박(六駁)나무, 녹나무과 상록활엽 교목으로 나무껍질이 육각으로 벗겨진다는 특징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한자로는 육박(六駁)이라고 쓰는데 박()자는 얼룩말이라는 뜻이다. 해병대나무, 국방부나무라고도 불린다. 원산지는 한국, 타이완, 일본이다. 육박나무는 1962127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전라남도 완도의 주도 상록수림으로 육박나무와 20여 종의 다른 나무들이 함께 자생하고 있다.

 

 

▲  육박나무의 잎은 어긋나기를 하며 김 타원 피침형이다.    

 

잎은 어긋나기를 하며 긴 타원 피침형이다. 꽃은 암수딴몸이며 79월에 연한 황색으로 핀다. 열매는 장과로 다음 해 89월에 붉게 익는다. 껍질과 뿌리는 스트레스 해소, 관절통에 효과가 있다. 최근 육박나무로부터 항암 활성물을 분리한 락톤계 화합물로 각종 암 질환, 특히 폐암 등의 고형암 또는 혈액암 예방·치료를 위한 의약품에 관한 연구가 있다.

 

▲ 사방오리나무, 특히 겨울눈이 마치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새끼손가락같이 예쁘다.  © 남정현 기자

 

*사방오리나무, 특히 겨울눈이 내 눈을 사로잡았는데 마치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새끼손가락같이 예쁘다. 자작나무과의 낙엽교목, 원산지는 일본이며 사방조림을 할 때 많이 심었기 때문에 사방오리라고 한다. 오리나무속 나무들은 뿌리에 뿌리혹박테이라가 기생하고 있어 양분을 스스로 만들기 때문에 메마르고 거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추위에 약해 주로 남부지방에 많다. 겨울눈은 긴 타원형이고 10~15cm 길이로 끝이 뾰족하다. 수꽃눈은 긴 원통형이며 맨눈으로 겨울을 난다.

 

 

▲ 편백(扁柏)나무, 제4코스는 특히 울창한 편백나무 숲이 길게 이어져 대낮인데도 캄캄하다.   © 남정현 기자

 

 

*편백(扁柏)나무, 4코스는 특히 울창한 편백나무 숲이 길게 이어져 대낮인데도 캄캄하다. 측백나무과, 늘푸른바늘잎나무. 추위에 약해 전남지방에서 편백숲의 80%를 차지한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라는 천연 항균물질이 바늘잎나무들 중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세균에 대한 항균 및 살균 작용이 뛰어나 웰빙용품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 ‘길’은 삶의 여정인 인생길이다. 길 떠나기, 떠나기와 머무르기의 순환에서 느끼는 외로움, 그리움, 뜨거움이 있다. 길을 걷고, 지나온 길에 대한 성찰을 통해 성숙해지고 앞으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본문 내용)  © 남정현 기자

 

12일 동안 천년의 세월을 품은 겨울, 달마산(達摩山)과 달마고도(達摩古道)의 여정을 마쳤다. 흙길, ·바위길, 눈길, 완만한 길, 경사진 길 등 다양한 길을 만났다. ‘은 삶의 여정인 인생길이다. 길 떠나기, 떠나기와 머무르기의 순환에서 느끼는 외로움, 그리움, 뜨거움이 있다. 길을 걷고, 지나온 길에 대한 성찰을 통해 성숙해지고 앞으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임경미, 2015). 여정 뒤에는 또 다른 쓸쓸함도 존재한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 1박 2일 동안 천년의 세월을 품은 겨울, 달마산(達摩山)과 달마고도(達摩古道)의 여정을 마쳤다. 흙길, 돌·바위길, 눈길, 완만한 길, 경사진 길 등 다양한 길을 만났다. ‘길’은 삶의 여정인 인생길이다.(본문 내용)  © 남정현 기자

 

 

탐험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탐험의 끝에 도달하면,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것이며,

그때서야 출발점을 바로 알게 될 것이다.

-T. S. Eliot-

 

 

 

참고문헌

 

유영만(2012). 니체는 나체다. 서울: 생각속의집.

윤주복( 2020). 나무 해설 도감. 서울: 진선 books.

Nietzsche, Friedrich Wilhelm(1885). Also sprach Zarathustra. 차라투스 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진우 역, 2020). 서울: 휴머니스트출판그룹.

KyungmiIm(2018). The Autobiographical Climbing Experience Research from Merleau-Ponty’s

     Body Phenomenology Perspective(메를로퐁티의 몸현상학으로 본 자전적 등산 체험연구).

     Global Creative Leader, 8(2), 51-64.

Kyungmi Im, Jusung Jun(2015). The meaning of learning on the Camino de Santiago

    Pilgrimage (산티아고 순례길 체험에 대한 학 습의 의미). Australian journal of adult learning,      55(2), 329-349.

 

임경미숲해설가(한국숲해설가협회), 생교육학박사(숭실대학교)

           2024년 1월 16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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