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양의 북다이어리 21]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읽고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읽고: 우리의 고향 지구를 위하여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21/09/16 [12:15]

[최미양의 북다이어리 21]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읽고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읽고: 우리의 고향 지구를 위하여

남정현 기자 | 입력 : 2021/09/16 [12:15]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읽고: 우리의 고향 지구를 위하여

 

 

▲ 최미양 숭실대 교수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 했다. 사랑은 관심을 기반으로 한다는 말일 것이다. 가까운 동료 두 사람에게 교양 선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고충을 언급한 적이 있다. 한 사람으로부터는 의례적인 반응이 돌아왔고 한 사람은 걱정을 해주었다. 반응의 차이는 나에 대한 관심의 차이였을 것이다.

 

말로 표현해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힘든 일인데 말도 못하는 동물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동물 애호가 외에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나마 동물은 어떻게든 무슨 소리라도 낼 수 있다. 그러나 지구는 어떤가? 우리에게 어떻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겠는가? 홍수나 이상기후로 표현을 해보지만 성장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대부분의 우리는 지구의 사인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착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출세를 하면 고향의 도로를 정비해주고 떡하니 멋진 공원을 유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고향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우리가 거주할 수 있는 유일한 별이다. 지구는 우리가 나고 자란 고향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고향 지구를 위해서 뭔가 해야 한다. 출세하지 않았어도 고향에 갈 때면 선물을 사가는 마음으로 뭔가를 선물해야 한다. 지구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관심은 고민을 시작하게 한다.

 

잠이 오지 않은 밤에 학교 도서관에서 인기 전자책들 사이에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찾아 읽은 후 우리의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좀 더 알게 되었다. 비거니즘과 관련된 책을 읽고 육식의 폐해는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의류가 지구를 파괴하는데 육식 못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우리의 모든 소비가 지구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탄소 발자국이나 탄소 예산이라는 용어가 바로 물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인류의 성향과 이를 위해 개인의 소비를 부추기는 전 지구적 경향 때문에 생긴 것인데 지구의 문제와 우리의 소비를 연관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한 놀라운 발견을 지인에게 잠깐 언급했더니 그 지인이 환경스페셜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편을 소개해 주었다. 영상으로 보는 의류 문제는 정말 쇼킹하였다. 섬유 가공은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키고 수질을 오염시키고 있었으며 생산한 옷들은 결국은 쓰레기가 되어 지구를 삼키고 있었다. TV 프로그램이 의류 쓰레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파타고니아는 의류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 고민과 실천을 보여준다. 의류의 쓰레기화를 인지하고 나니 파타고니아와 같은 회사의 행보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파타고니아는 암벽등반 장비를 만들어 팔던 조그만 회사에서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를 파는 회사로 성장했는데 그 성장이 놀라운 것은 그들은 회사의 이윤추구보다는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을 덜 해치는 방법을 추구하면서 회사를 운영해 왔는데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기업이 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그들은 목화 재배가 환경에 엄청난 해를 가져오는 것을 알고 난 후 면은 모두 유기농 목화를 사용하여 옷을 만들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섬유를 만드는데 연구비를 투자하여 재활용 섬유를 개발하고,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자사물건을 다시 사서 세탁을 한 다음에 재판매한다. 최근에는 그들이 판매한 의류를 평생 수선해주는 원 웨어(Worn Wear)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이자 소유주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암벽 등반가이자 서퍼이고 플라이 낚시꾼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공부보다는 자연에서 뛰어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가 기업의 이윤보다도 자연을 보호하는데 우선을 둘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자연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처음에 자신이 만들어 판 피톤(암벽등반 장비)이 암벽을 훼손하는 것을 알게 된 쉬나드는 계속해서 판매량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피톤 판매를 중단하고 암벽을 보호하면서 등반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한 에피소드는 그의 자연 사랑을 반증한다.

 

쉬나드는 지구의 안녕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사람들의 안녕에도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회사의 일이 놀이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제공하였다. 이 책의 부제인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말은 평소의 그의 경영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직원들에게 파도가 좋을 때는 서핑을 하고 눈이 오면 스키를 타러 가고 자녀가 아프면 집에 머물 수 있는 유연한 근무가 허용되었다.

 

또한 그는 옷을 직접 만들지는 않고 협력업체에 맡겼는데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도 그 회사의 직원들이 제대로 된 근무환경에서 일을 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그 회사에게 자신들이 쌓은 경영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쉬나드의 회사 운영 방식에 큰 영감을 받았기 때문에 내게는 전혀 낯선 기업운영에 대한 글을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초반에는 아주 낯선 암벽등반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약간의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다.) 쉬나드는 계속해서 강조했다. 기업이 지구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기업이 정말로 책임감을 느껴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고객? 주주? 직원?

          우리는 위의 누구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근본적으로 기업은 자신들의 자원기반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건전한 환경이 없다면 주주도, 직원도, 고객도, 그리고 기업도 존재하지 않는다.

           -2004년 파타고니아 시리즈 광고 중에서

 

그렇다. 지구가 파괴되면 우리가 추구하던 명성이나 부가 모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한 쉬나드는 이 책을 통해서 일관되게 개인에게도 소비를 줄이고 삶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다. 우리의 삶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건을 만들고 먹거리를 기르고 재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탄소를 줄이고, 넘쳐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이제는 절제의 미덕을 길러야 할 것이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우리 개개인도 지구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이제 지구를 고향처럼 아끼고 싶다면 소비에 대해 늘 깨어있어야 할 것 같다.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편에 나오는 미국 영화배우 제인 폰다는 말한다. 지구를 위해서 우리는 집에 불이 난 것처럼 당장 뭔가를 해야 한다고. 이제는 우리가 지구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그것은 곧 나를 위한 일임을 나의 집에 불을 끄는 일임을 알아야할 것이다.

 

이제 나는 우리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가 배출되는 날에 더 편하게 쓸모 있는 물건을 들고 올 수 있을 것 같고, 바빠서 못 가던 백화점에 대한 미련을 싹 없앨 수 있을 것 같고, 자꾸만 올라오는 온라인 옷가게 광고를 무시할 수 있어서 후련하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나도 지구의 급한 불에 관한 이야기를 주변에 어떻게 거부감 없이 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할 것 같다.

 

 

▲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본 쉬나드, 라이팅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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