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양의 북다이어리 19] 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 이야기: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하여

덴마크 학교에서 가르치는 다섯 가지 삶의 가치’(제시카 조엘 알렉산더, 생각정원)

남정현 기자 | 기사입력 2020/09/28 [10:24]

[최미양의 북다이어리 19] 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 이야기: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하여

덴마크 학교에서 가르치는 다섯 가지 삶의 가치’(제시카 조엘 알렉산더, 생각정원)

남정현 기자 | 입력 : 2020/09/28 [10:24]

 

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 이야기: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하여

    

▲ ‘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 이야기: 덴마크 학교에서 가르치는 다섯 가지 삶의 가치’(제시카 조엘 알렉산더, 생각정원)     ©남정현 기자

    

연애를 할 때 우리는 상대에 대한 환상을 키워나갈 때가 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그런 거다. 이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덴마크에 대한 환상에 빠져서 한없이 들뜨면서 책을 읽었다. 행복에 관심이 많은 나는 덴마크가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참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보고 싶고 살아보고 싶었다.

 

몇 년 전부터 덴마크는 이제 휘게(hygge,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혹은 혼자 보내는 소박하고 아늑한 시간은 뜻하는 덴마크어)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늘 3위 안에 들어가는 것이 휘게 탓이 크다고 했다. 촛불을 켜놓고 따듯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다정한 사람들과 마주앉아 있는 시간을 중시하는 그들의 태도는 확실히 행복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더 근본적인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로 교육이다. 그들은 학교에서 성적을 올리고 시험을 잘 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거기에 중점을 두고 교육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 이야기의 저자 제시카 조엘 알렉산더는 미국 출신 심리학자이다. 그는 덴마크 남성과 결혼함으로써 덴마크 문화를 접하게 되고 결국 전 세계 사람들에게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의 비결을 알리는 전사가 되었다.

 

그들이 얼마나 개인의 행복한 삶을 중시하는지 말하자면 일례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학업성취도를 성적으로 매기지 않는 그들이 매년 시행하는 표준화 시험이 바로 좋은 삶 테스트’(trivesel test)이다. 또한 덴마크 교사들은 학생들의 행복 지수로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그러면 그들은 행복을 어떻게 교육할까? 먼저, 아이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굳건하게 하도록 해준다. 이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 중에 그들의 특별한 방식이 눈에 띈다. 그들은 자유롭게 놀기’(free play)를 아주 중시하고 스킨십을 수업시간에 실천한다. 즉 그들은 일과처럼 접촉수업을 갖고 친구들의 등을 서로 쓰다듬는 것과 같은 시간을 갖는다.

 

두 번째로 공감교육이다. 그들은 유치원에 입학해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특별히 학급 시간이라는 시간에 공감 능력을 기른다. 둘이 서로의 문제를 이야기하거나 학급에 생긴 문제를 단체로 토의하기도 하고 화제가 없을 때는 급우들과 휘게 시간을 갖는다. 어린 학생들은 감정카드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할 능력을 기른다. 그래서인가? 덴마크는 권력이 인간관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나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셋째, 성과 죽음에 대해 아주 진솔한 문화를 형성한다. 성과 죽음은 아동용 도서의 큰 주제 중의 하나이다. (이 외에도 이혼, 도둑질, 슬픔과 같은 주제도 다룬다.) 아이들은 성에 대한 책을 어려서부터 읽고 교육을 받는다. 예를 들어 그들은 성기에 대해서 완곡한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5세가 읽는 아동용 책을 보고 미국인인 저자는 너무 놀라 넘어질 뻔 했다고 한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성에 대한 건전한 의식을 갖게 하려는 것이다.

 

죽음의 경우 모든 학교가 공통적으로 죽음을 교육 주제로 채택하고 교육 과정 속에 녹여낸다. 저자의 말처럼 생명의 한계를 알 때 풍성한 삶을 만나게 되고 삶에서의 회복탄력성은 삶에 대한 실체적 이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그들은 용기를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친다. 여기에는 힘을 합쳐 불의에 맞서는 용기도 포함된다. 그런데 그 중 가장 특별한 것이 실패할 용기이다. 그들은 오답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어떤 학교의 교훈이 시행착오겠는가? 저자는 한 교사가 지독한 학구파인 여학생에게 좋은 삶을 위해 덜 완벽해져야 해요라고 하면서 그 학생의 학습목표에 덜 완벽해지기를 포함시켰다는 일화를 들려준다. 이러한 풍토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그리고 실패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이런 과정에 당연히 창의성도 길러지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휘게 정신이 학교 안에도 스며들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휘게 열풍이 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휘게 시간에 함께한 사람들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덴마크 학교는 우수한 개인보다는 협력을 강조한다. 그래서 그들은 평소에 스포츠든 학업이든 성적으로 평가해서 상을 주는 일은 없다. 경쟁은 자기 자신과 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똑똑한 것 보다 우정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사람들과의 유대가 행복의 밑거름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학생들이 학급에서 휘게 시간을 가지면서, 학교 전체 조회시간에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유대감을 경험하게 하고 중학교 들어갈 때까지는 숙제를 내주지 않고 중학교 이후에 내주는 숙제도 아주 가볍게 하여 가족과 휘게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배려한다.

 

나는 지금 덴마크 덕후같은 태도로 글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사정이 있고 덴마크가 이런 교육과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었던 배경이 있을 것이다. 춥고 스산하고 해는 일찍 지는 지역에서 사람들은 유대감이 더 절실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동안 경제 성장에 올인했으며 남북 분단이라는 특별한 시련을 겪어오지 않았는가?

 

어느 한 개인이 완벽할 수 없듯이 어느 한 국가가 유토피아를 만들 수는 없지만 좋은 것은 배웠으면 한다. 남에게서 좋은 것을 배울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우리도 이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덴마크에서 배워보자. 행복한 아이들이 공부도 더 잘 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최미양 숭실대학교 교수

    

▲ 산딸나무 꽃과 열매 (사진제공=최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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