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신문 남정현 기자]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대학생 창업 플랫폼인 헐트 프라이즈(Hult Prize)는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대회로, UN이 협력하고 클린턴 재단이 후원한다.
우승팀에게는 문제 해결 아이디어 실현을 위한 상금 12억이 주어져 ‘대학생들의 노벨상’이라고도 부른다. 국내에서는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등 10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희대 국제캠퍼스 중앙도서관 피스 홀에서 “청년 천만 명에게 의미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 개발(Developing an idea to provide meaningful jobs for 10 million young people)”을 주제로 2019 헐트 프라이즈 경희대 대회가 열렸다.
이운하(국제학과 17학번) 학생은 자신의 창업 아이템인 인테리어 친환경 업사이클링(Up-cycling)을 발표했고, 2019년 3월 경희대 대표로 일본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래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이운하 학생을 만났다.
Q. 헐트 프라이즈에 참가한 소감은 어떠한가?
A.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회사를 운영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경희대 LINC+ 사업단의 공지사항을 보고 헐트 프라이즈에 참가하게 됐다. 학교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는데, 헐트 측에서 연락이 와 일본 대회까지 나갔다.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이를 계기로 나이지리아, 미국, 영국 등 세계 각국의 대학생을 만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Q. 구체적인 발표 내용이 무엇인가?
A.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건설 분야만 해도 인조석과 같은 폐기물이 많다. 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더 나아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주방 가구 업사이클링 서비스에 관해 발표했다. 업사이클링은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디자인을 넣는 등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것을 말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재활용, 리폼 등으로 폐기물을 줄여 직·간접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싱크대, 식탁 등 주방가구는 손상이나 파손되기 쉬운데, 리폼이나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낮아 사람들은 큰 비용을 들여 교체하려고만 한다. 따라서 합리적 금액으로 리폼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의 금전적 부담을 줄이고, 만족도는 높이는 내용을 발표했다.
깨지거나 흠이 난 인조석을 연마해 광을 내거나, 뾰족한 모서리를 안전을 위해 둥글게 연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컬러 라인이나 문구, 그림을 넣을 수도 있다.
인조석과 달리 천연석은 연마가 힘들어 코팅을 많이 하는데, 코팅이 깨져 호흡기에 들어가면 인체에 치명적이다. 따라서 고강도의 연마제를 이용해 연마 광택을 진행한다. 이 기술은 국내에서 우리 회사만 있다. 현재 이 사업은 아버지 회사에 맡긴 상태이다.
Q. 다른 아이템으로 창업을 준비 중인가?
‘마스터피스 메이커(Masterpiece Maker)’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템은 원목 소품 제작이다. 원목 플랫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고객이 색을 정하고 내장재를 정하듯, 가구가 있으면 고객이 여러 종류의 목재와 디자인 중에서 정하는 시스템이다. 곧 사업자 등록을 하고 일단은 빵 도마, 콘솔, 공기청정기를 판매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업사이클링 서비스, 가구 제작 등을 통합해 원격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 현재 전국적으로 150명의 기술자를 확보하고 있는데, 기술자마다 가진 능력, 특색이 다르다. 이를 활용해 원격으로 소비자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기술자를 파견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갖추고 싶다.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Q. 창업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사업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대학 입학 전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군에 입대에 군대에서 대학에 합격했다. 경영학과에 지원할 수도 있었지만, 경영, 경제를 포함해 정치, 무역 등 다방면을 공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국제학과에 지원했다.
대학 입학 후 창업동아리 VIP(Venture Inaugurating people)에 가입했다. VIP에서는 3D 프린팅, 일러스트, 마케팅, 크라우드 펀딩 등과 관련해 교육을 받거나 프로젝트 진행도 한다. 고려대, 연세대, 서울시립대 등 전국적으로 네트워킹이 돼 있어 타 대학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고, 포럼에 참여할 기회도 많았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창업에 힘을 얻었다. 올해는 회장을 맡아 동아리 구성원들을 코칭하고 있다.
Q. 창업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대학에서 다양하게 창업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지원 프로그램이 너무 교육에만 집중돼 있다. 물론 전문가의 특강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런데 학생들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이 실제 창업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방향으로 지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목표 중 하나가 후배를 위한 배경이 되는 것이다. 동아리원만 봐도 많이 힘들어한다. 창업 초기 자금이라든지 모자람 없이 지원해주고 싶다. 물론 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헐트 프라이즈에 참가할 때는 LINC+ 사업단의 도움을 받았고, 창업보육센터에서는 동아리 사무실을 지원해주었다.
시민교육을 수강하면서 만나게 된 박숙경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님은 ‘경기 엄마’(학생들에게 헌신해주어 경기도에 계신 엄마라는 뜻으로 붙은 별칭)라고 부를 정도로 힘들 때마다 잘 챙겨주셨다. 전 창업보육센터장이신 이용석 교수님, 멘토라고 할 수 있는 김양수 미래혁신단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VIP를 졸업하면 VVIP가 되는데, VVIP 선배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도움을 받은 만큼, 그보다 더 후배에게 힘이 되고 싶다.
Q. 창업을 생각하는 학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웃음). 이번 학기에 잠을 3~4시간 밖에 못 잤다. 국제대학 학생회, VIP 회장, 개인 사업을 하다 보니 24시간이 모자란다. 그래도 창업에 도전하고 싶다면 자신의 목표와 정확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확인해봐라.
다시 말해 준비가 안 됐고, 자기가 생각한 게 없다면 창업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 ‘취업 안되면 창업하지’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창업이 정말 힘들다. 정부 차원의 창업 지원이 많지만 쉽지 않다. 섣불리 도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Q.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원목 소품 제작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인테리어 업사이클링과 접목해 원격지원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다른 계획으로는 국제캠퍼스에 생활협동조합을 들이는 것이다. 경희대 기념품이나 여학생들을 위한 생리대, 충전 케이블 등도 생각하고 있다. 생리대나 충전 케이블이 너무 비싸게 팔린다. 합리적 가격으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
또한 경희대 기념품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학교 측과 협의해 노트북 케이스라든지 경희대 UI가 반영된 기념품을 제작 판매하고 싶다. 생협을 운영하며 근로 장학생을 고용하면 대학 생활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수익금 전액은 장학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그게 최종 목표다. <저작권자 ⓒ 참교육신문 Copyrigh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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