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신문 남정현 기자] 지난 4월 중순 경희대 서울캠퍼스 스페이스 21 B216호에서 ‘환경인문학 한미 공동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경희대학교와 미국 미네소타대학(University of Minnesota-Duluth), 영국 옥스퍼드대학(University of Oxford)의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다양한 연구자가 참여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만으로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해 다양한 학문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경희대 언어정보연구소(소장 김종복 문과대학 교수)가 주최했고 한국연구재단 한미교류연구 프로젝트의 후원을 받았다. 김종복 교수는 “기후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주제로 전공의 벽을 넘는 치열한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설명했다.
심포지엄은 ▲ 기후변화 및 생태계(Climate Change & Ecosystem) ▲ 미세 플라스틱 및 오염 물질과 환경 정책(Particle Plastic & Pollutants & Environmental Policies) ▲ 환경, 생태 언어학, 문학(Environmental & Ecolinguistics & Literature)의 세 세션으로 구성됐다.
‘기후변화 및 생태계’ 세션은 미네소타대학 교양 학과의 주통신(Tongxin Zhu) 교수와 경희대 이과대학 공우석 교수, 서울대 치과병원 김홍기 교수가 담당했다.
주 교수는 ‘질량 이동 및 퇴적물 생성: 빈도 및 크기(Mass Movement and Sediment Production: Frequency and Magnitude)’ 연구를 소개했다. 이 연구에서 산사태나, 추락 등의 사면 붕괴 현상에 질량이 큰 침전물보다 작은 침전물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밝혀냈다. 지금까지 사면 붕괴를 연구할 때는 사건 발생 전·후에 질량과 크기가 큰 침전물을 연구했는데, 이제는 작은 침전물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공우석 교수는 ‘기후변화와 취약한 생태계(Climate Change and Fragile Ecosystem)’를 주제로 기후변화가 우리나라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추적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와 종의 멸종은 지구 생성 이래 지속된 자연현상이지만, 지금의 기후변화는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것으로 생태계가 그 변화의 속도를 감당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개인부터 화석연료 소비를 줄여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홍기 교수의 ‘과학연구와 시민교육을 위한 생태적 패러다임 구축(Reconstructing an Ecological Paradigm for Scientific Research and Civic Education)’에서 “인류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 개발에 생태 철학의 담론이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생태 문명 시작을 위해 학교 교육과정에 생태 교육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세션인 ‘미세 플라스틱 및 오염 물질과 환경 정책’에는 박은정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교수와 레베카 티슬리(Rebecca Teasley) 미네소타대 SCSE 교수, 팻 패럴(Pat Farrell) 미네소타대 교양 학과 교수가 발표했다.
박은정 교수는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재난적 영향(Disastrous Effects of Microplastics on Human Health)’이라는 발표에서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플라스틱은 제조와 수송이 쉽고 화학적 저항성도 강하다. 여러 이점 때문에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 연간 생산량이 3억8,000만t에 달하지만, 분해속도가 느려 심각한 환경파괴를 유발하고 있다.
최근 연구를 통해 식수, 바닷물, 통조림, 어류 등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성학 분야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화두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호르몬 장애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동물 실험을 통해서 확인했다.”며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 사용 및 폐기 과정에 대한 세심한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레베카 티슬리 교수는 ‘탄력적 수자원 시스템에 대한 이해관계자 융합(Incorporating Stakeholder Input into Resilient Water Resource Systems)’ 연구를 공유했다. “탄력적 시스템 개발의 계획과 관리는 다양한 층위의 이해관계자가 개입돼 있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여기서 이해관계자는 정책이나 사람, 기술 인프라 등의 모든 요소를 가리킨다. 티슬리 교수는 “효과적인 수자원 관리를 위해 사회과학과 인문학, 기술 과학 및 공학 데이터의 효과적 소통을 통합한 시나리오 개발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팻 패럴 교수는 ‘예술로 토양 보기(Using Art to Make Soil Visible)’라는 발표에서 자신의 작품을 공개했다. “예술로 토양을 시각화했다.”며 미술가인 동생과 뿌리 모양으로 음각한 캔버스를 14조각으로 나눠 워싱턴에서 펜실베이니아에 이르는 미국 각지에 묻었다고 말했다.
캔버스를 묻는 데 2년 걸렸고, 다시 2년이 지난 후에 캔버스를 파내 묻기 전에 찍은 판화와 토양에서 변화된 캔버스를 찍은 그림을 비교했다. 오하이오에 묻은 캔버스는 썩어 갈라졌고 시애틀의 캔버스는 조각났다. 토양의 영향으로 두 그림은 바뀌었다. 패럴 교수는 “예술이 환경 표현을 위한 적절한 언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세션과 세 번째 세션의 사이에 마일스 앨런(Myles Allen)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수와 화상 통화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앨런 교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지구 온도 상승 상한 1.5도’를 언급했다. IPCC는 지구 기온이 산업화 시작 시점인 1850년대 이래로 1도가 올랐는데, 향후 2030년과 2052년 사이에 약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관련 학자들은 국제사회의 대처가 없다면 지구 온도는 1850년대 말보다 3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도와 2도 상승에 큰 차이가 있다. 폭염, 폭우 같은 재난과 생물학적 다양성 감소, 쌀과 밀의 감소 등의 재앙이 1.5도 상승일 때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이런 예측을 바탕으로 “지구온난화 가속화로 빈곤과 불이익이 증가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빈곤층에 기후변화의 재앙이 더 크게 영향을 끼친다는 해석이다.
앨런 교수는 기후변화가 세대 간의 갈등도 유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후변화가 지구 자원을 사용한 기성세대가 후손에게 주는 불쾌한 유산이라는 이야기다. 앨런 교수는 “기후변화는 일시적 비상사태가 아니며, 우리가 지구 온도 상승의 경계에 머무르고 있는 한 지속될 위기”라고 진단했다.
화상 통화 이후 세 번째 세션이 진행됐다. 수잔 나라모어 마허(Susan Naramore Maher) 미네소타대 교수, 박종원 미네소타대 영어학부 교수와 김종복 교수, 존 에피르제시(John R. Eperjesi) 경희대 문과대학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수잔 마허 교수는 ‘도시를 지키다: 환경 인문학이 도시 생태학을 수용하는 방법(Wilding the City: Environmental Humanities Embraces Urban Ecology)’을 발표했다. 인문학 분야에서 환경을 표현할 때 그 대상이 대부분 지방이나 황무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 인문학이 자연공간으로서 도시공간을 연구하는 데에 필수 요소라고 주장했다.
박종원 교수와 김종복 교수가 함께 준비한 주제는 ‘기후변화는 전쟁인가?: 환경 담론의 은유’였다. 인지 언어학의 이론적 틀에서 환경 담론을 질적, 양적으로 분석했다. 잡지와 신문에서 환경 관련 텍스트에 사용된 환경 관련 은유 표현 약 50만 단어를 수집했다. 분석 결과, 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후변화를 전쟁에 비유했지만, 그들의 경고는 일반 대중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공허한 메시지였다.
마지막 발표자는 존 에페르제시 교수였다. ‘국내 미세먼지: 중국이 아니라 화석자본이다!’를 주제로 그는 티모시 모턴의 ‘초과체 이론(Hyperobject Theory)’으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를 분석했다.
초과체는 대기 중의 초미세 먼지나 바닷 속의 미세 플라스틱, 방사성 물질 등을 이르는 말이다. 초과체는 인간이 만든 미세한 입자로, 접착성이 있어 어디에나 달라붙고 크기가 작아서 어디든 이동 가능하며, 한번 만들어지면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는다. 지구 어디에나 있지만,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의 지구적 재난의 상황에서만 그 영향력을 드러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은 지금도 세계적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에페르제시 교수는 한국의 미세먼지도 초과체 측면에서 이해할 것을 주문한다. 미세먼지 문제가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 등의 전 지구적 문제의 일부라는 것이다.
경희대 대학원 학생들도 포스터 발표로 심포지엄에 동참했다. 흡연 등이 미치는 인체 건강 문제, 범지구적 환경운동, 섬 지역의 환경 문제, 해안가 생태 상황 등을 발표했다. 특히 학생들이 제작한, 국내환경 문제를 다룬 영화인 ‘알바트로스(Albatross)’는 참석자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 영화는 음식 안전, 동물 권리, 플라스틱 오염 등의 환경 문제에 대한 두 학생의 개인적 경험을 담고 있다.
발표자로 참석했던 박은정 교수는 “문명을 이끌어갈 미래세대가 이런 문제에 더 관심을 두면 좋겠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후속세대의 관심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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