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 의학 아닌 인문학 한 분야로서 ‘의료인문학’ 바라본다, 경희대 박윤재 교수연구 책임자인 박윤재 사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 가치의 정립과 통합의료인문학’
[참교육신문 남정현 기자]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이 ‘인문한국플러스(HK+ 1유형)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인문학연구원은 앞으로 최대 7년(3+4년)간 연간 10억 원씩 총 70억 원을 지원받아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 가치의 정립과 통합의료인문학’을 주제로 연구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소외될 수 있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실천적 문제에 대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을 아우르는 융합 연구를 수행하며 인문학의 지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연구 책임자인 박윤재 사학과 교수를 만나 사업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나눴다.
Q. 앞으로 수행할 연구는 무엇인가요? A. 의료인문학을 새롭게 세우는 연구다. 의료인문학은 의과대학에서 인간 이해의 필요성을 느끼고 인문학을 활용하면서 시작됐다. 197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등지에서 형성됐으며, 한국은 90년대에 언급하긴 하지만, 21세기 들어 본격적 연구가 이뤄졌다.
기존의 의료인문학은 의료계의 반성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관점과 의료를 위해 인문학을 도구로 활용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인문학 그 자체를 위한 의료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인문학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내실을 위해 의료를 활용해볼 필요도 있다.
기존 의료인문학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의료인문학의 방법론을 새롭게 세울 계획이다. 사회적 실천을 수행하고, 연구, 총서 발간 등도 할 것이다. 의료인문학을 새롭게 세우고 그 내용을 채운다면, 이 성과를 의과대학이나 한의과대학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기존의 의학교육 에 종속돼 있던 의료인문학과 달리 인문학의 한 분야로서 의료인문학이라고 하는 새 지평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게 목적이다.
Q. 의료인문학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A. 인간의 삶을 한마디로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압축해 표현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모든 과정에 의료가 끼어든다. 병원에서 태어나고,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서도 병원에 가고, 나이 들어서는 요양원이라고 하는 의료에 도움을 받고, 죽을 때 병원에서 죽는다. 단순히 의료인에게만 맡기기에 의료는 너무 큰 문제가 돼버렸다.
최근 조현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사들이 전문가로서 의견을 냈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의료와 인간의 삶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면, 인간을 위하는 인문학이 의료 문제를 주제로 고민하지 않는 것은 책임방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 의료를 구현하는 의료인의 분명한 메시지가 있고, 그 메시지가 담은 특별한 의미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의료 역시 인간을 위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문학자가 의료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사회적 실천차원에서 발언하는 것이 문제를 다각도로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같은 전망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Q. 인문학연구원이 의료인문학 연구를 수행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최근 문과대학에 의료사, 의철학 등 의료인문학을 연구하는 교수님들이 오셨다. 그분들이 각자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함께 풀어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더 나아가 경희대의 인프라가 의료인문학이라고 하는 새로운 학문을 만들어나가는 데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을 모두 갖춘 학교는 서울에서는 경희대학교가 유일하다.
또한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교시처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계,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경희 정신의 영향도 있다.
지난해 10월 후마니타스 암 병원이 개원했는데, 그 이름만 봐도 인간과 인문학의 연결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의료에 인문학적 가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료계에서도 나름 공감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을 붙인 듯싶다.
Q. 교육으로는 어떻게 연계되는가? A. 먼저 의료인문학이 단지 의과대학이나 한의과대학에 국한된 게 아니고 인문학 관련 학과에서도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퍼질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각 학과에 의료인문학 관련 과목을 1~2개 정도 열 계획이다. 예를 들어 국어국문학과라면 문학작품에 나타난 의료인, 치료, 더 넓게는 생로병사와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며 문학이 어떻게 의료를 다루고 있는지 탐색할 수 있다.
이후 대학원에 협동과정을 열 계획이다. 문과대학, 의과대학, 한의과대학 등이 힘을 모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적인 의료인문학자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이 사업계획서 집필 단계부터 참여했고, 이후로도 참여 연구소로서 함께한다. 인문학의 관점에서 의료인문학이 정립되고 그 성과에 공감하면, 문과대학을 졸업한 의료인문학 전공자가 의대나 한의대 같은 의료계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인문학 연구자의 선택지가 하나 더 느는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최종 목표에 대해 한 말씀 해 달라. A. HK+ 사업은 7년 동안 진행된다. 7년 뒤 한국 사회에서 의료와 관련된 문제가 일어났을 때, 의료인문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인문학적 견지에서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 이를 위해 자료를 쌓고,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 성과를 내고, 연구 성과를 사회에 되돌려 피드백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찾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완전히 독립적일 수 없지만, 기존의 의료계가 던졌던 목소리에 하나 더 더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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